“빈집을 새집처럼 고쳤습니다.
그러나 아무도 오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서울 종로구 창신동의 좁은 골목길을 굽이굽이 들어가다 만나는 큰 대문. 1974년에 지어진 이 2층집은 6년 넘게 비어 있던 빈집이자, 곧 종로구의 첫 긴급주택이 될 곳입니다.
긴급주택이란 화재나 침수로 살던 집을 잃었거나 강제 퇴거, 가정폭력 등의 이유로 당장 집에 머물 수 없게 된 이들이 거리로 밀려나지 않도록 잠시 머물며 다음 거처를 준비하는 집을 의미합니다.
▲ 시공 전 창신동 빈집 전경
▲ 현대L&C 시공 전문가에게 교육을 받고 있는
빌더스 학생들
지난 3월 종로주거복지센터와 종로구, 서울주택도시개발공사(SH)가 창신동 빈집을 무상으로 사용하는 계약을 맺으면서 종로구의 첫 긴급주택 조성 프로젝트가 시작됐습니다.
7월부터 9월까지, 넉 달간 진행되는 이번 리모델링 공사에는 조금 특별한 시공 파트너들이 함께했는데요. 바로 건축과 디자인을 전공하는 대학생들이 모인 팀 ‘빌더스(BUILDUS)’입니다. 유난히 무더웠던 올여름, 이들은 공사 현장에서 구슬땀을 흘리며 긴급주택 조성 과정에 직접 참여했습니다.
청춘들의 열정이 모인 이 뜻깊은 프로젝트에 현대백화점그룹도 함께했습니다. 긴급주택이 완성되기까지, 그 특별한 과정을 지금부터 함께 들여다봅니다.
▲ 천장 및 바닥부 시공 현장
▲ 철거 전 오랫동안 방치된 창신동 빈집
16명의 건축·디자인 전공 대학생들로 이루어진 팀 ‘빌더스’는 설계부터 설비, 방수, 페인트칠까지 직접 맡아 여름 내내 값진 땀방울을 흘렸습니다.
강의실에서 간접적으로만 접하던 건축 현장을 직접 마주한 학생들은 도면 한 장이 실제 집이 되기까지의 과정을 처음부터 끝까지 경험하는 기회를 가질 수 있었습니다.
오래 닫혀 있던 집을 처음 답사하면서 아이디어를 나누고 방 안 곳곳의 치수를 재며 처음으로 현장 설계를 경험한 빌더스 학생들은, 현대L&C의 자재 전시장 ‘스튜디오H’를 찾아 바닥재와 벽지, 필름을 직접 고르고 시공 교육을 받았습니다.
강의실에서 배웠던 반듯한 건물과는 달리, 벽돌과 콘크리트가 섞여 어설프게 증축된 구조, 세월에 처진 천장과 휘어진 문틀에 당황하기도 했지만, 학생들은 현대L&C 소속 공간 디자이너의 조언에 따라 그때그때 도면을 고쳐 가며 현장에 맞는 답을 찾았습니다.
▲ 빈집 개선에 더해 입주 수혜자가 활용할 수 있는
모듈형 가구를 추가로 제작했다.
이와 같은 학생들의 따뜻한 손길에 현대백화점그룹도 힘을 보탰습니다. 종합 건자재 기업 현대L&C, 종합식품기업 현대그린푸드, 토털 인테리어 기업 현대리바트, 가구·매트리스 기업 지누스까지. 총 4개 계열사가 참여해 프로젝트에 필요한 물품들을 지원했습니다.
▲ 현대L&C 쇼룸에서 프로젝트에 활용할 수 있는
제품들에 관한 설명을 듣고, 직접 선정하고 있는
빌더스 학생들
현대그린푸드는 학생들의 현장 활동과 교육, 행사 일정에 맞춰 ‘그리팅(GREATING)’, ‘모두의맛집’ 등의 간편식 상품을 제공해 현장의 든든한 끼니를 책임졌습니다. 솥밥과 파스타, 샌드위치로 채운 점심과 시원한 음료 덕에 학생들은 오후 작업을 다시 시작할 힘을 얻었습니다.
▲ 지누스에서 지원한 침대와 현대리바트의
생활 가구를 설치 중인 빌더스 학생들
현대리바트는 서랍장과 옷장, 소파, 식탁 세트 등 생활가구를, 지누스는 침대 프레임과 매트리스를 제공해 텅 비어 있던 방에 살림살이를 보탰습니다. 갑작스럽게 집을 잃은 이들이 불편함 없이 바로 생활할 수 있도록 현대백화점그룹의 가구들로 방을 채우면서, 빈집은 비로소 사람이 살 수 있는 집의 모습을 갖췄습니다.
▲ 종로구 빈집 활용 프로젝트 개소식 현장
이렇듯 학생들의 열정과 현대백화점그룹의 지원으로 완성된 이번 긴급주택은 지난 9월 18일 개소식을 완료하며 이웃을 맞이할 준비를 마쳤습니다.
긴급주택을 완성한 학생들에게는 마지막으로 한 가지 바람이 남았습니다. 그 특별한 이야기를 끝으로 전해드립니다.
김채원 학생 (숙명여자대학교 4학년) 여름 내내 열심히 고친 집이지만, 솔직히 아무도 이 집을 쓰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누군가 여기에 들어온다는 건 그 사람이 갑자기 집을 잃었다는 뜻이니까요. 만약 그런 안타까운 상황이 펼쳐진다면, 그래도 저희가 만든 이 집이 잠시라도 편하게 쉬어갈 수 있는 곳이었으면 좋겠습니다.